로션처럼 바르면 피부가 투명해지는 ‘마법 약’
노란색 사탕 만드는 식용염료 이용해 투명 쥐 구현
https://www.sciencetimes.co.kr:443/wp-content/uploads/2024/09/그림1_미국국립과학재단-480x270.jpeg 480w, https://www.sciencetimes.co.kr:443/wp-content/uploads/2024/09/그림1_미국국립과학재단-768x432.jpeg 768w" sizes="(max-width: 700px) 100vw, 700px" style="height: auto; max-width: 100%;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0px; box-sizing: border-box; font-family: Noto Sans KR, sans-serif; font-size: 18px; vertical-align: baseline;"> 로션처럼 피부에 펴 발라 피부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이 개발됐다. 사람에게 적용된다면 생물학 연구부터 진단, 미용 치료 등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국립과학재단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엑스선이나 현미경, 자기공명영상(MRI) 등이 신체 내부 관찰에 쓰이지만, 실제처럼 선명하지는 않다. 또 일부 검사는 방사선 노출과 같은 부작용도 있다. 지난 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는 공상과학(SF)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투명 인간’처럼 피부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물질이 개발됐다는 연구가 실렸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물은 깊어도 그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알아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마음뿐만이 아니다. 신체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의 눈은 250㎜ 떨어진 거리에 100㎛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는 물체를 구분할 수 있다. 이보다 작은 미세구조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하다. 관측 도구인 광학 현미경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작은 미세구조를 확대해서 보여주지만, 생체조직을 관찰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빛이 생체 조직을 투과할 때 직진광과 산란광이라는 두 종류의 빛이 생겨난다. 직진광은 말 그대로 생체 조직의 영향 없이 직진하는 빛이다. 반면, 산란광은 생체 조직 내 세포나 세포 내 구조의 영향에 의해 진행 방향이 무작위로 굴절된다. 광학 현미경으로 생체 조직 깊은 곳을 관찰하려면 직진광에 비해 산란광이 강해져 마치 안개 속을 볼 수 없는 것처럼 이미지 정보가 흐려진다. 태아를 감별할 수 있을 정도로 생체 내부 깊은 곳까지 보는 초음파 영상은 해상도가 낮아 미세한 구조를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 기술은 방사선 노출과 같은 부작용이 있다. 살아있는 생체 조직 내부 관찰하는 마법 약생체 내부를 들여다보는 창문이 있다면 어떨까. 이 마법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미국 연구진은 로션처럼 바르는 것만으로 피부가 투명해지는 ‘마법 약’을 만들었다. 이 마법을 과학으로 받아들이려면 먼저 빛의 굴절률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https://www.sciencetimes.co.kr:443/wp-content/uploads/2024/09/그림3_University-of-Texas-at-Dallas-.jpeg 700w" sizes="(max-width: 480px) 100vw, 480px" style="height: auto; max-width: 100%;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0px; box-sizing: border-box; font-family: Noto Sans KR, sans-serif; font-size: 18px; vertical-align: baseline;"> 연구진은 식용 색소를 이용해 물과 지질의 굴절률을 일치시켜, 빛이 산란되지 않도록 만들었다. ⓒ미국 텍사스대 굴절률은 진공 상태에서 빛 속도와 매질 내 빛 속도의 비율을 말한다. 굴절률이 클수록 그 매질을 통과할 때 빛의 속도가 더 느리다. 빛이 가장 빠르게 지나가는 진공에서의 굴절률은 1, 물의 빛 굴절률은 1.333 정도다. 한편,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의 굴절률은 약 1.4로 물보다 높다. 빛이 세포를 지나갈 때 직진하지 않고, 산란되는 이유다. 이론적으로는 생체에서 지질을 제거하고 물만 남겨 놓으면 빛이 산란되지 않고 투명하게 몸 속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세포막이 파괴돼 생명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홍 구오송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지질을 제거하는 대신, 빛을 속이는 방법을 택했다. 연구진은 과자나 사탕에 색을 내는 데도 쓰이는 식용 염료인 ‘타르트라진’을 물에 녹인 시료를 제작했다. 이 시료를 조직에 흡수시키면 조직 구성 물질들의 굴절률이 같아져 빛의 산란을 막고, 투명하게 보일 것이라는 가정에서다. 타르트라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식용 색소다. 즉, 생체 조직에 안전하다. https://www.sciencetimes.co.kr:443/wp-content/uploads/2024/09/그림4_science-480x167.jpg 480w, https://www.sciencetimes.co.kr:443/wp-content/uploads/2024/09/그림4_science-768x268.jpg 768w" sizes="(max-width: 700px) 100vw, 700px" style="height: auto; max-width: 100%;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0px; box-sizing: border-box; font-family: Noto Sans KR, sans-serif; font-size: 18px; vertical-align: baseline;"> 타르트라진 용액을 닭가슴살 위에 바르자 하단에 글씨가 비쳐 보일정도로 닭가슴살이 투명해졌다. ⓒScience 우선 연구진은 닭가슴살 조각에 타르트라진 용액을 바르는 사전 실험을 진행했다. 농도를 조절하며 타르트라진 용액을 발랐는데, 체액의 굴절률이 근육의 굴절률과 같아질 때 닭가슴살이 투명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로션처럼 펴 발라 투명한 창문 만들어이후 동물실험에서도 타르트라진 용액의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실험쥐의 털을 깎은 뒤 제작한 타르트라진 용액을 쥐의 복부, 두피, 뒷다리에 로션을 바르듯 발랐다. 약물을 바른 뒤 몇 분이 지나자 해당 부위의 피부는 주황색 스테인드글라스처럼 투명해졌다. 투명해지는 시간은 분자가 피부에 확산되는 속도에 따라 달랐다. 이렇게 연구진은 특별한 장비 없이 간, 소장, 맹장, 방광 등 내부 장기를 맨눈으로 관찰했다. 음식물이 장기와 소화관을 통해 이동하는 것과 심장 박동도 확인했다. 뇌 표면의 혈관과 그간 내시경을 통해서만 관찰할 수 있었던 다리 근육 섬유의 미세 구조도 시각화했다. 이후 피부에 남은 염료를 씻어내면 피부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피부에 퍼진 염료는 대사되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도 확인했다. https://www.sciencetimes.co.kr:443/wp-content/uploads/2024/09/그림5_미국-스탠포드대-480x270.jpeg 480w, https://www.sciencetimes.co.kr:443/wp-content/uploads/2024/09/그림5_미국-스탠포드대-768x432.jpeg 768w" sizes="(max-width: 700px) 100vw, 700px" style="height: auto; max-width: 100%; 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0px; box-sizing: border-box; font-family: Noto Sans KR, sans-serif; font-size: 18px; vertical-align: baseline;"> 타르트라진 용액을 피부에 바르자(1→3) 피부가 쥐의 피부가 점점 투명해졌다. 피부에 남은 용액을 씻어내면(4→6) 피부는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미국 스탠포드대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타르트라진 용액의 효과는 피부 아래 3㎜까지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정도다. 사람의 피부는 쥐보다 10배 이상 두꺼워 인체 조직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연구진은 미세 바늘 패치나 주사를 사용해 염료를 깊숙하게 주입하면 심부 종양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구진은 타르트라진과 같은 효과를 가진 염료를 추가로 탐색하는 한편, 인체 안정성과 적정 용량을 확인하는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구오송 교수는 “광학 장비는 생체 조직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살아있는 인간이나 동물을 연구하는 데 직접 사용되지 않았는데, 타르트라진 용액 개발로 투명하게 조직의 역학을 관찰할 수 있어 기존 생물학 연구를 혁신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가깝게는 피부에 발라 정맥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 혈액 채취의 고통을 덜어주고, 피부 아래 색소가 있는 곳을 정확하게 찾아내 레이저 문신 제거 등의 미용 시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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