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전환되는 ‘역동적인’ 과도기다. 보통 만 10~18세 정도를 가리키며 이 시기에는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는 사춘기를 겪는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생물학적으로 남성·여성 모두 성장 호르몬과 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하여 신체가 성숙과정이 진행되는데, 이때에 나타나는 특징을 2차 성징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생애 주기에서 가장 확장된 단계인 이 시기의 특징이 약 2만 5천 년 전 청소년에게도 나타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춘기의 생리적 전환이 개인의 경험뿐 아니라 그들이 속한 인구의 광범위한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초기 인류의 성장과정에 대한 공백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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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0년 전에 살았던 난쟁이증의 일종인 16세 청소년 Romito 2를 예술가가 재구성한 모습. ⓒOlivier Graveleau
이동형 구석기 시대에 사춘기가 더 일찍 발생?
영국 레딩대학교, 리버풀대학교, 빅토리아대학교 고고학과 연구진으로 구성된 다국적 연구팀은 2만 5천 년 전 빙하기 청소년의 성장 상태를 연구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Journal of Human Evolution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러시아, 체코, 이탈리아 등 유럽 인근 유적지에서 발견된 13명의 유골에 대한 생물고고학적 성숙도를 분석한 결과다.
이 지역은 구석기 시대의 사춘기를 조사하기에 이상적인 사례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호모 사피엔스에 속해 있어 골격에 대해 동일한 연구 방법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매장 상태도 비교적 양호하고, 선행연구를 통해 구석기 중·후기에서 청소년기는 뚜렷한 생애 단계로 알려져 있어서 구석기 시대의 인류가 사춘기를 경험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러한 타당성에 비해 생애 주기를 특징짓는 사춘기의 발달 변화 시기와 속도에 대한 연구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우선 연구진은 구석기 시대의 수렵·채집 사회에서 사춘기가 정착형 신석기 시대 농업사회보다 더 일찍 발생했다는 Gluckman과 Hanson(2006)의 가설을 검증하는 방법론을 세웠다. 그리고 이를 사춘기 시기 추정 방법을 통해 검증했다. 사춘기 시기 추정 방법은 청소년의 성장 폭발을 추적하기 위해 임상적 관찰에서 개량한 것으로 치아의 광물화, 손뼈, 팔꿈치, 손목, 목, 골반의 성숙도를 평가하여 개체가 도달한 사춘기 단계를 추정할 수 있다.
이 방법을 개발한 메리 루이스 레딩대학교 고고학과 교수는 “화석의 성별 추정을 위한 펩타이드 분석과 골격의 특정 표식 관찰은 구석기 시대 생물학적 연구에 새 지평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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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대상의 화석이 발견된 위치. ⓒJournal of Human Evolution
구석기 시대의 사춘기, 현대와 큰 차이 없어
연구진에 따르면 구석기 청소년 13인 대부분은 13.5세에 사춘기가 시작되어 17세에서 22세 사이에 완전한 성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프릴 노웰(April Nowell) 빅토리아대학교 고인류학 교수는 “골격의 특정 부위를 분석함으로써 청소년기의 진행 상황을 평가할 수 있는 특정 마커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특히 손과 팔꿈치 뼈의 성숙도에서 신체적 변화 과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개인차가 있지만 신장과 체중 증가를 나타내는 특정 성장 마커가 관찰됐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뼈의 밀도가 증가하고 근육 발달을 나타내는 마커가 나타났고, 여성은 유방 발달과 관련된 골격적 변화 마커가 발견됐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연구진은 2만 5천 년 전의 사춘기와 현대 사춘기 시기, 성장의 단계별 특징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 청소년의 사춘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인식, 과거에 비해 신체가 급격히 성장하거나 진화했다는 인식에 상충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a. 분석 대상(DV14)의 왼쪽 엉덩이뼈. b. 분석 대상(Grotta dei Fanciulli)의 왼쪽 손목뼈. 이 두 사진 모두 실제로 관절면이 붙지 않은 상태로 개인이 사춘기 초기 단계에 있다는 것을 입증함. ⓒJournal of Human Evolution
한편, 이번 연구를 통해 아레나 칸다데 동굴(Arene Candide)에서 발견된 ‘Romito 2’에 대한 추가 정보가 나왔다. 그는 사망 당시 약 16세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망 연령을 감안한다 해도 17세 이후 성장이 멈춘 다른 남성보다 발달이 다소 뒤처진 발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그가 ‘덜 성장’한 케이스가 아니라 왜소증 혹은 난쟁이 종에 속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골격 마커 분석을 통해 그가 비록 신체 성장은 다른 대상보다 작았지만, 사춘기 때 나타나는 변성기를 거쳐 성인 남성과 비슷한 음성과 얼굴에 털이 많이 난 ‘성인’의 모습이었을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공동저자인 제니퍼 프렌치 리버풀대학교 고고학 박사는 “구석기(빙하기) 때 청소년들의 신체적 외모와 발달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그들의 매장 방식, 즉 사망 후 대우를 해석하는 데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