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과학기술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과학기술은 문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무모해 보이는 도전 같지만, 결과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인류 문명사에 큰 획을 그은 사례들을 볼 수 있는데, 최초로 비행기를 제작한 ‘라이트 형제’나 백신을 개발하여 천연두를 물리친 ‘에드워드 제너’ 등이 그런 경우다.
달과 지구를 잇는 엘리베이터를 건설하려는 무모한 도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allthatsinteresting.com
그런데 여기 또 하나의 무모한 도전을 시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달과 지구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과학자들이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만날 법한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는 이유는 바로 달에 매장되어 있는 희귀 자원들을 저렴하게 지구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로켓보다 화물 수송 비용 획기적으로 절감 가능
달과 지구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건설한다는 황당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제퍼 페노이어(Zephyr Penoyre)’ 박사와 미 컬럼비아대의 ‘에밀리 스탠포드(Emily Sandford)’ 박사다.
이들은 논문을 통해 달까지 엘리베이터를 건설하는 것이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볼 때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기 투자비를 감안하더라도 로켓을 이용하는 것보다 엘리베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이 훨씬 경제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달과 지구를 잇는 엘리베이터를 건설하는 아이디어는 사실 ‘우주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우주 엘리베이터라는 개념은 러시아의 과학자인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Konstantin Tsiolkovsky)’가 지상으로부터 우주 정지궤도까지 도달하는 거대한 탑을 구상하며 시작됐다.
이후 SF 작가로 유명한 ‘아서 클라크(Arthur Clarke)’의 소설인 ‘낙원의 샘’에서 구체화되며 비로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말 그대로 지구에서 우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시스템을 가리킨다. 로켓을 대신해서 우주로 화물을 운송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우주 엘리베이터 개념이 나온 지도 100년이 넘었다. ⓒ nanografi.com
지구의 정지 궤도 상에 거대한 인공위성을 띄우고, 지표면에서 그 위성까지 케이블을 연결해서 엘리베이터와 같은 방식으로 우주에 사람이나 물건을 운송하자는 아이디어가 바로 우주 엘리베이터의 핵심이다.
그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의 아이디어와 실험을 통해 우주 엘리베이터 개념은 상당히 구체적인 방안까지 다듬어진 상황이다. 현재까지 정리된 개념을 살펴보면 적도에 위치한 거대 타워와 정지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을 케이블로 연결하는 것이다.
지상에서 우주까지 이어지는 케이블인 만큼, 무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이 중력에 의해 추락하지 않는 이유는 인공위성이 공전할 때 생기는 원심력과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놀라운 점은 우주 엘리베이터의 경제성이다. 물론 인공위성까지 도달하는 케이블의 재료비나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현재로서는 기술적으로 추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해당 비용은 차치하고 온전히 배송에 드는 비용만 고려했을 때, 1kg의 화물을 우주로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은 로켓 방식이 약 2천만 원 정도가 소요되는 반면에 우주 엘리베이터는 2십만 원이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 엘리베이터는 우주 엘리베이터 아이디어에서 파생
‘달 엘리베이터(Moon elevator)’는 우주 엘리베이터의 개념에서 파생된 아이디어라고 볼 수 있다. 이 아이디어가 성사되려면 무엇보다도 달과 지구를 강하게 이어줄 수 있는 케이블이 존재해야만 하는데, 끈이나 케이블 등에서 당기는 힘의 강도를 의미하는 장력(張力)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야 하고 또한 저렴해야만 한다.
또한 방사선이나 대기에 의한 부식이 발생하지 말아야 하고 유성이나 우주쓰레기와 충돌해도 견뎌낼 수 있는 물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현존하는 소재들 중에는 이런 악조건을 이겨낼 수 있는 후보들이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그래핀(graphene)이나 탄소나노튜브(CNT), 또는 다이아몬드나노섬유(diamond nanothread) 등이 후보로 꼽히고 있다.
설사 달과 지구를 단단하게 이어줄 수 있는 기적의 소재가 개발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우선 건설 공법이 문제인데, 처음 이 아이디어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과학자들은 케이블이 지구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올라간 후에 달까지 연결되는 그림을 생각했다.
달 엘리베이터는 우주 엘리베이터 아이디어에서 파생된 아이디어다. ⓒ vpchothuegoldenking.com
이에 대해 페노이어 박사는 “지구에서 시작하여 달까지 케이블을 잇는 방법이 상식적이기는 하지만,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고 비용도 너무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전하며 “그래서 우리는 지구에서 케이블을 만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달에서 지구를 향해 케이블을 늘어뜨리는 역발상 공법을 생각해 냈다”라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달에서 늘어뜨린 케이블의 종착지는 지구 표면이 아닌 정지위성의 궤도다. 달과 정지위성 사이를 엘리베이터가 왔다갔다하는 것인데, 이 같은 최첨단 수송 시설의 명칭을 연구진은 ‘스페이스라인(spaceline)’이라고 칭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스페이스라인은 달과 지구가 아닌 달과 정지위성 궤도를 오가는 엘리베이터인 것이다.
스탠포드 박사는 “스페이스라인을 활용할 경우 화물 수송에 필요한 연료가 기존 3분의 1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하며 “스페이스라인을 지구가 아닌 달에 설치하는 이유는 지구 중력 및 회전 속도를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달 엘리베이터 건설에서 화물 수송이 중요한 이유는 희귀한 광물 및 자원을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달에서 발견된 헬륨-3은 지구에서 핵융합 발전소에 사용될 수 있다. 또한 네오디뮴 같은 희귀 원소는 스마트폰 및 기타 전자제품에 사용되기 때문에 수송비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