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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와 인간의 뇌 차이, 이틀이 갈라놓았다
작성자 *** 등록일 2021.04.14
▲ photo 셔터스톡

인간의 뇌가 유인원에 비해 커질 수 있었던 유전적 차이가 밝혀졌다. 인간의 뇌는 인간에 가장 가까운 고릴라나 침팬지의 뇌보다 3배쯤 더 크다. 인류가 유인원에 비해 큰 뇌를 갖게 된 이유는 진화의 수수께끼 중 하나로 꼽혀 왔다. 그 비밀을 영국의 의학연구위원회(MRC) 분자생물학연구소와 케임브리지대 응용수학·이론물리학과, 독일의 하노버의대 중개·재생의학연구센터와 말기·폐쇄성폐질환 생의학연구소, 미국의 듀크대 생물학과 등의 공동연구팀이 ‘뇌 오가노이드(뇌 유사체)’를 이용해 처음으로 구명했다.
   
   
   유인원보다 3배나 많은 신경세포의 비밀
   
   사람과 유인원, 특히 침팬지와 고릴라와는 유전적으로 99% 일치한다. 1%의 차이가 인간을 침팬지와 달라 보이게 하고, 다른 유인원보다 앞서는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 특히 3배나 많은 신경세포와 대뇌피질 구조가 유인원에 비해 뛰어나다. 이는 뇌신경세포를 만드는 유전자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인간이 유인원보다 뇌신경세포를 많이 가진 이유를 찾아왔다. 특히 유전자 발현에서 유인원과 어떤 차이를 보이고 성장하는지 확인했다. 영국 의학연구위원회의 마델린 랭커스터 박사가 이끄는 공동연구팀도 그중 하나다. 지난 3월 25일 자 생물학 저널 ‘셀(cell)’에는 인간, 고릴라, 침팬지의 뇌신경세포가 형성될 때 그 차이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밝힌 공동연구팀의 연구가 실렸다. 인간과 고릴라, 침팬지의 줄기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해 뇌 오가노이드를 만든 뒤 어떤 유전자가 활동하는지를 비교한 결과다.
   
   랭커스터 박사는 2013년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 사람의 뇌 오가노이드를 처음으로 만든 연구자다.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해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갖도록 만든 장기 유사체를 뜻한다. 사람의 장기와 유사한 조직이라는 의미로 ‘미니 장기’로도 불린다. 뇌 오가노이드는 뇌 발생 과정을 파악하고 뇌질환을 연구하는 데 쓰인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그물처럼 연결돼 회로를 구성하고 있다. 판단, 기억 등 뇌의 특정 기능마다 이를 담당하는 뇌 회로가 존재한다. 이처럼 복잡하고 엄청난 뇌 연구는 대부분 동물을 이용해 진행하고 있다. 인간의 뇌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동물의 뇌와 아주 다르다. 예를 들어 고차원적 사고를 하는 뇌의 전두엽 부위는 코끼리의 경우 전체 뇌의 10% 정도이고, 파충류는 아예 없다. 반면 인간은 전두엽이 뇌의 3분의 1을 구성하고 있다. 동물과 인간의 뇌가 이처럼 다르다 보니 동물실험으로 인간의 뇌 회로를 정확히 연구하기 힘들다. 인간의 뇌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이유다.
   
   여러 장기 중에서 특히 뇌는 오가노이드로 만들기 어렵다. 뇌의 다양한 신경세포를 조화롭게 생성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관련 연구들이 거듭되면서 실제 뇌 기능에 필수적인 신경세포를 분화해 여러 신경세포 간 상호작용을 발생시키는 수준까지 와 있다.
   
   신경세포는 뇌 발달 초기에 ‘신경전구세포(미완성 신경세포)’로 불리는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진다. 아직 세포로 분화되지 않은 신경전구세포는 동일한 모양의 딸세포로 분화하기 쉽도록 원통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딸세포로 분화할 때 신경전구세포가 더 긴 시간 증식할수록 더 많은 신경세포가 만들어진다. 신경전구세포가 충분히 증식되어 성숙해지면 원통 모양의 신경전구세포는 길쭉한 원뿔 모양으로 바뀌고, 이때 증식 속도가 둔화되면서 뇌신경세포가 완성된다.
   
   랭커스터 박사팀은 자신들이 만든 인간과 고릴라, 침팬지의 뇌 오가노이드를 통해 각각의 신경전구세포가 얼마나 빠른 시간에 원뿔 모양으로 바뀌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고릴라와 침팬지 같은 유인원은 5일간 원통 모양을 유지하다가 원뿔 모양으로 바뀐 반면 인간의 신경전구세포는 7일간 원통 모양을 유지했다. 즉 인간의 신경전구세포가 유인원보다 이틀간 더 원통 모양을 유지하며 딸세포로의 분화를 자주 일으켜 더 오랫동안 증식하면서 뇌신경세포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셈이다. 사람의 신경세포 수가 고릴라나 침팬지보다 3배 이상 많은 근본적 이유가 여기에 있고, 결국 뇌 발달 초기에 신경전구세포의 모양이 늦게 변하는 시간의 차이가 인간과 유인원의 뇌 발달 차이를 가져왔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 침팬지의 뇌(왼쪽)와 인간의 뇌. 인간의 뇌가 3배쯤 더 크다. photo 셔터스톡



   고릴라 신경전구세포 분화 기간 늘리면
   
   그렇다면 인간과 유인원 사이에 왜 이 같은 시간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연구팀은 인간과 유인원의 뇌 오가노이드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들을 조사해 그 이유를 밝혀냈다. ‘ZEB2’라는 단 하나의 유전자가 발현되는 속도에 따라 신경전구세포의 원통 모양 유지 기간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ZEB2가 뇌신경세포 발달의 핵심인 셈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고릴라와 침팬지의 뇌 오가노이드에서 ZEB2 발현을 늦춰 신경전구세포의 분화 기간을 더 길게 하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들의 원통 모양 신경전구세포가 더 늦게 원뿔 모양으로 바뀌면서 인간의 뇌 오가노이드와 비슷한 크기로 발달했다. 반대로 인간의 뇌 오가노이드에서 ZEB2 유전자를 빨리 발현시켜 분화 기간을 줄였더니 신경전구세포가 더 빨리 원뿔 모양으로 바뀌며 유인원의 뇌 오가노이드와 비슷한 크기로 성장했다.
   
   이번 연구는 뇌 오가노이드로 인간과 유인원의 뇌 발달 차이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첫 연구다. 상대적으로 세포 모양의 단순한 진화 변화가 뇌의 최종 형태를 다르게 만들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발견이라는 게 랭커스터 박사의 설명이다.
   
   영화 ‘혹성탈출’에서는 뇌세포를 증식하는 알츠하이머 치료용 바이러스로 인해 유인원들의 지능이 인간처럼 발달한다. 그렇다면 이번 연구에서처럼 유인원의 신경전구세포의 분화 기간을 길게 하면 유인원의 지능이 높아져 인간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할까. 신경전구세포는 뇌의 신피질을 만드는 역할도 한다. 신피질은 인지·언어 기능과 연결된 뇌의 영역으로, 인간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신피질 등이 발달하면서 지능이 급격하게 좋아졌다.
   
   랭커스터 박사에 따르면 배양 접시에서 키운 뇌 오가노이드는 단순한 미니 뇌라서 실제 두뇌와 전적으로 똑같지 않고, 특히 성숙한 두뇌 기능과는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를 제어해 신경전구세포의 분화 기간을 길게 한다 해도 유인원의 지능이 인간에 가깝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단 이번 연구는 다른 방법으로는 불가능했을 인간과 유인원의 뇌 발달 과정을 알아내 인간과 고릴라가 왜 다른지를 밝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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