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포장지 환경 문제, 먹어치워 해결한다 포장지와 하나된 일체형 라면… 단백질로 만든 포장도 선보여
최근 세계 최고 깊이를 자랑하는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에서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등이 발견되어 전 세계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미지의 영역으로 여겼던 심해가 사람이 버린 쓰레기들로 오염되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넘쳐나는 비닐 식품포장지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 free image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8년에 이미 전 세계 비닐봉투 사용량은 위험 수위를 넘고 있었다. 1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은 매년 5,000억 장 이상을 사용하고 있고, 매년 바다에서 수거하는 비닐봉투의 양도 2만 4,000톤에 달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비닐봉지가 완전히 분해되는 시간이 최대 1000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우리를 더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의 기업들과 연구기관들이 앞다투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특히 포장지가 발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혁신적인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프를 포장지로 만드는 일체형 라면 개발 라면은 빠르면서도 손쉽게 조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인스턴트 식품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제품이 면을 담는 겉 비닐포장지와 스프를 담는 속 비닐포장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급 제품들 중에는 스프 비닐포장지만 3개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라면 역시 지구가 비닐봉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제품인데, 이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 미국의 제품디자인 업체인 홀리그라운드(Holly Grounds)가 소매를 겉어 붙이고 나섰다. 이 회사가 제시한 라면 포장지 개선방안은 바로 스프를 포장지로 만드는 혁신적인 방법이다. 물론 기존의 분말 형태 스프로 포장지를 만든다는 의미는 아니고, 포장지를 대신할 수 있는 식품 성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체형 라면 제품의 형태와 조리방법 ⓒ Holly Grounds 홀리그라운드가 공개한 포장지 성분을 살펴보면 감자전분과 글리세린 그리고 물로 만들어진 먹을 수 있는 필름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끓는 물에 넣으면 1분 안에 용해되므로 버려야 하는 포장지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는다. 필름 형태의 얇은 포장지 안으로 면과 건더기, 그리고 분말스프를 넣고 약한 열로 가열하면 서서히 밀봉되면서 반투명의 라면 제품이 만들어지게 된다. 특히 감자전분과 글리세린으로 이루어진 필름 형태의 포장지도 물에 들어가면 국물의 깊은 맛을 내는 재료로 변신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라면의 조리과정은 지극히 간단하다. 물이 끓으면 소비자는 봉지째 냄비에 넣기만 하면 끝이다. 겉포장지와 속포장지를 제거하기 위해 일일이 자르지 않아도 되고, 남은 포장지를 분리수거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물론 일체형 라면의 포장이 기존 제품들처럼 튼튼하지는 않기 때문에 덕용 라면 제품들처럼 겉포장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개발진은 왁스 코팅된 종이 포장을 사용하여 유통 과정 중에서 제품이 훼손되는 것을 막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1석 3조의 효과를 가진 단백질 활용 포장지 홀리그라운드가 개발한 일체형 라면처럼 포장지를 남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사례는 또 있다. 바로 미 농무부 산하 동부지역연구센터가 개발한 우유 단백질로 만든 투명 포장지다. 주로 치즈 같은 유가공 제품이나 소시지 같은 육가공 제품의 포장지로 사용하고 있다. 먹을 수 있는 포장지를 개발한 사례가 미 농무부 산하 연구센터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녹말이나 탄수화물 성분으로 만들어진 포장지이기 때문에 단백질을 이용하여 만든 포장지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이 새로운 포장재는 카제인(casein)과 레몬 껍질 등에 들어 있는 성분인 펙틴(pectin)을 섞어 만들었다. 오랫동안 카제인에 대해서 연구해 온 연구원들은 말린 우유를 필름처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뒤, 이 같은 포장지 개발에 도전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포장지는 얼핏 보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방용 랩이나 혹은 비닐 포장지와 비슷하게 생겼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치즈나 소시지 등을 포장할 때 이 포장지를 사용하면 굳이 포장지를 벗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우유 단백질로 만든 포장지는 산화방지 효과가 뛰어나다 ⓒ Kunststoffe 이에 대해 포장지 연구의 책임자인 동부지역연구센터의 ‘페기 토마슐라(Peggy Tomasula)’ 박사는 “우유 단백질로 만든 포장재를 상용화하면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라고 말했다. 토마슐라 박사가 거론한 세 가지 장점 중 첫 번째는 비닐 포장지를 매립함으로써 생기는 환경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포장지에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을 첨가하여 ‘영양가’를 높인다거나, 향료 등을 첨가하여 다양한 ‘맛’을 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우유 단백질로 만든 포장지를 사용하면 식품이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비닐 포장지보다 산소 차단이 더 효과적이어서, 음식물의 산화를 막는 효과가 500배나 뛰어나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토마슐라 박사는 “앞으로 끓는 물에 포장재와 함께 통째로 식품을 넣어 요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런 방법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비닐 소재의 포장지로는 불가능한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이 해결해야 할 남은 과제는 바로 포장지의 보존 기한을 늘리는 것이다. 단백질로 만든 소재인 만큼 생물학적 분해가 빨라져서 짧은 기간에 썩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보존 기간 연장에 역점을 두고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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