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의 복제 순간을 최초로 포착
초기 감염 및 증식의 주요 표적 규명
발병 후 1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인체 감염 기전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비강(코 안), 인두, 후두, 기관지를 통해 감염된다고 알려졌을 뿐 정확한 표적 부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효과적인 예방대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과 전북대학교 감염내과 이창섭 교수 코로나19 대응 공동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복제 순간을 최초로 포착하고 초기 감염 및 증식의 주요 표적이 비강 섬모상피세포임을 규명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ACE2·TMPRSS2·Furin 수용체 단백질과 결합하여 세포 내로 침투한다. 이 단백질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하여 바이러스가 세포막에 붙어 세포 내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들 단백질을 가진 세포만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단백질들이 바이러스의 침입 경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단일세포 유전자발현 측정기법(Single cell RNA-sequencing)’만으로는 단백질의 정확한 분포파악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코로나19 환자 대부분이 진단 시점에 이미 일차적 바이러스 감염·증식이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초기 감염 기전 파악이 더욱 어려웠다. 연구진은 실제 코로나19 초기 환자로부터 얻은 정확한 샘플을 다양한 실험기법을 적용·분석해 기존 한계를 극복했다.
우선, 연구진은 ACE2·TMPRSS2·Furin 수용체 단백질이 코 안 섬모세포의 공기 접촉면에 집중 분포함을 발견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섬모세포의 공기 접촉면에 결합해 세포 내로 침투 후 복제·증식한다는 의미다. 이로써 비강 섬모세포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시발점임을 새롭게 밝혔다. 반면 그동안 주요 감염표적으로 여겼던 호흡기 점액분비세포와 구강 상피세포에는 코로나바이러스 수용체 단백질이 존재하지 않았다.
비강 섬모상피세포 첨단부에서 다량 존재하는 코로나바이러스 ACE2 수용체 단백질
연구진은 대표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수용체인 ACE2가 비강 호흡상피 표면에서만 다량 존재함을 확인하였다(그림 A). 그중에서도 섬모세포의 첨단부, 즉 공기와 맞닿는 최상반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그림 B).
또한, 연구진은 코로나19 초기 환자의 비강 및 구강세포를 분석, 코로나바이러스가 비강 섬모세포에서만 복제·증식함을 최초로 포착했다. 코로나바이러스 수용체 단백질이 없는 비강 분비세포 및 줄기세포, 구강 상피세포 등에서는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다. 경증 코로나19 환자는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이 초기 8일 이내 종료됐으며, 손상된 섬모세포가 빠르게 재생되며 건강을 회복했다. 이는 비강 점막면역이 코로나19 치료의 핵심임을 시사한다.
코로나19 감염초기 비강 섬모상피세포 내에서만 다량으로 복제·증식된 코로나바이러스.
정상인과 코로나19 초기 환자의 비강 상피세포를 단일세포 유전자발현 측정기법으로 비교분석한 모습(그림 A).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정상인과 다른 섬모상피세포 유형이 관찰된다. 그중 코로나바이러스 복제가 활발히 일어나는 세포 군집(SARS-CoV-2high)을 발견했다(그림 A, B).
코로나19 초기 환자의 비강 섬모세포를 단일세포 유전자발현 측정기법(그림 C)과 세포도말 면역형광염색(그림 D)을 통해 추적 관찰한 모습.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 초기에 섬모상피세포 내에서 복제·증식된 후 상피세포와 함께 소멸됨을 확인할 수 있다.
안지훈, 김정모 선임연구원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표적인 비강 섬모세포가 손상되면 폐를 비롯한 다른 장기도 빠르게 감염될 수 있다”며 “비강 섬모세포 보호를 위한 후속 연구 및 백신·약물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창섭 교수는 “집단면역이 형성될 때까지 코와 입을 완전히 가리도록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규영 단장은 “비강 내 백신 투여로 점막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새로운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 전략이 될 것”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