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보는 다른 코끼리들에 비해 훨씬 더 큰, 자신의 몸보다 더 큰 귀를 가진 아기코끼리이다. 덤보는 1941년에 만화영화에, 그리고 국내에서는 2019년에 개봉된 실사 영화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만화 영화 속 덤보는 다른 코끼리들보다 큰 귀 때문에 서커스단의 동물들과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그런 도중 엄마와도 떨어지게 돼 의기소침해진 어느 날 덤보를 불쌍히 여긴 티모시가 나는 법을 알려주고 날 수 있게 된 덤보는 서커스단의 스타가 된다.
여기서 잠시 귀가 유난히 큰 것, 날아오르는 것 모두 일반적이지 않은 코끼리의 모습임에는 분명한데 큰 귀에 대해서는 놀림을 당하고 날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찬사를 받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그것에 대한 소회는 차치하고, 우리는 머지않아 하늘을 날 수는 없어도 귀가 덤보처럼 큰 코끼리의 실사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만화영화 속 덤보는 커다란 귀 때문에 서커스단에서 놀림을 당했지만, 그 이유로 동정을 받아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월트 디즈니
호주 디킨 대학교(Deakin University)의 새 연구원인 사라 리딩(Sara Ryding)은 9월 7일 저널 생태와 진화의 경향(Trends in Ecology and Evolution)에서 기후 변화에 따른 동물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 “언론에서 기후변화가 거론될 때 사람들은 ‘인간이 이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어떤 기술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라며, “동물도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왔다는 걸 우리가 알아야 할 때다. 그리고 이러한 적응은 대부분의 진화 시간 동안 발생했을 것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의 규모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온혈 동물은 지구가 더 뜨거워짐에 따라 체온을 더 잘 조절하기 위해 모양이 바뀌고 부리, 다리, 귀가 커지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변화는 특히 새에게서 보고되었다. 여러 종의 호주 앵무새는 1871년 이후 평균적으로 부리 크기가 4%~10% 증가했으며 이는 매년 여름 기온과 상관관계가 있다. 작은 명금(鳴禽: 고운 소리로 우는 새)의 일종인 북미 검은 눈의 준코(검은 방울새의 일종)의 부리 크기가 증가하는 것은 추운 환경에서 단기간에 극단적으로 온도가 상승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변화는 포유류에서도 보고가 되어왔다. 연구자들은 나무 쥐의 꼬리 길이가 증가하고 가면 뒤쥐의 꼬리와 다리 크기가 커졌다고 보고했다.
해당 기사에 첨부된 리딩의 비디오에 따르면 우리는 포유류와 조류가 기후 상승에 반응해 귀와 다리, 부리, 그리고 다른 부속물들을 크게 만든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 부속물들이 커지면 그것은 그들이 더 잘 그들의 체온을 조절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이 현상은 북극에서부터 호주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형 공간에 걸쳐 일어나는 일이다.
포유류와 조류는 기후 상승에 맞춰 체온을 조절할 수 있게 하려고 귀와 다리, 부리, 그리고 다른 부속물들을 크게 하고 있다. 리딩은 이에 따라 귀와 같은 부속물이 커져 머지않은 미래에 그 끝이 덤보의 귀처럼 까지 커지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디오 화면 캡쳐) ⓒ Ryding
리딩은 우리가 지금까지 본 부속물 크기의 증가는 10% 미만으로 매우 작아서 변화가 즉시 눈에 띄지 않을 것이지만 귀와 같은 눈에 띄는 부속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므로 머지않은 미래에 실사 Dumbo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의 우리 눈앞에 등장할지도 모르는 실사 덤보. 그것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 본 아기코끼리 덤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동물들과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의 덤보들은 다 같이 큰 귀를 갖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영화 속 덤보처럼 특별한 존재도 아닐 것이다. 영화 속 덤보가 다른 코끼리들처럼 작은 귀를 가질 수는 없었지만 다른 코끼리들이 할 수 없는 날아오르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날아오르는 일 역시 지나치게 큰 귀처럼 코끼리에게 합당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티모시의 도움으로 맥락이 같은 그것으로의 역전이 가능했을 터. 그러니 미래의 코끼리에게 합당하게 될 큰 귀를 가진 그것은 합당하지 않은 나는 일로의 역전을 이루지 못하게 될 것 같다. 티모시의 동정 역시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리는 것 역시 자명한 일.
미래의 덤보는 아마도 지극히 슬프지도, 또 지극히 반짝이지도 않은 채로 점점 더 온도를 높여가는 지구 안에서 더 커지는 귀를 느릿느릿 팔락이며 고단한 숨을 내쉬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며, 영화 속 덤보보다, 또 오늘날의 코끼리들보다 더 지루한 하루를 살아가게 될 것 같다. 정말 실사 덤보가 나타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