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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의학]자신의 노폐물 먹어치워 스스로를 보호한다?
작성자 *** 등록일 2021.03.23

자신의 노폐물 먹어치워 스스로를 보호한다?

자가포식 매커니즘 규명…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활용

지난 2016년 노벨상 발표 소식을 들은 동경공업대학의 관계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요시노리 오스미(Yoshinori Ohsumi)’ 박사가 ‘자가포식(autophagy)’이라는 생물학적 현상을 규명하여 그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영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자가포식 현상 규명으로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의 오스미 박사 ⓒ silvereco.org

자가포식이란 세포 내부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단백질을 분해해 새로운 영양소로 재활용하거나 해로운 단백질을 제거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어 작용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세포가 자신의 일부를 먹는다’라는 의미로써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자가포식 현상을 오스미 박사가 처음 발견한 것은 아니다. 이미 1970년 대에 발견해 학계에 보고되었지만, 오스미 교수와 연구진은 세포 내에서 자가포식 현상이 일어나는 모습을 현미경으로 처음 관찰했고 이후 자가포식 매커니즘까지 규명하는 성과를 거둬 노벨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자가포식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어기전

신체 내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외부에서 병원균이 침입하게 되면 세포는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때 세포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내부 단백질을 재활용하는 등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기전을 펼치게 된다.

이런 현상을 자가포식이라고 부르는데, 문제는 이런 자가포식 현상이 제대로 발현하지 못할 때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사람의 세포는 대략 60조개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하루에도 수많은 세포가 생겨나고 사라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세포를 사라지도록 하려면 자가포식이라는 청소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만약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암이나 당뇨병, 또는 치매처럼 각종 불치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자가포식 현상은 다양한 질병 치료에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tanpaku.org

이런 원인 때문에 많은 과학자는 자가포식 매커니즘을 규명하여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치료제 개발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자가포식 현상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당뇨병 치료다. 의료계도 췌장에서 자가포식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췌장에 아밀로이드가 쌓이게 되고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발생해 당뇨병이 생긴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췌장에 비정상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가 어째서 쌓이는지는 알지 못했는데, 그 비밀을 자가포식 연구를 통해 새롭게 규명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췌장의 자가포식 기능이 이상해지면 비정상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를 제때 제거하지 못하여 당뇨병이 발생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퇴행성 뇌질환 치료 등 난치병 치료에 자가포식 기여 예상

당뇨병 외에도 자가포식 현상은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파킨슨병은 신체가 움직일 때 운동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으로써 근육이 떨리거나 강직되는 증상, 또는 동작이 눈에 띄게 느려지는 증상 등이 포함된다.

치매와 자가포식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곳은 경북대학교 생명과학부 소속 연구진이다. 이들은 치매와 연관된 유전자들 중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 인자로 알려져 있는 아밀로이드 생성을 돕는 독성 단백질의 존재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독성 단백질은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을 유도하는데, 자가포식 현상은 이런 독성 단백질을 분해하고 제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독성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면 자가포식 현상이 활성화되어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현재 경북대 연구진은 독성 단백질이 자가포식 활성을 제어하는 과정을 규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독성 단백질이 자가포식 활성을 제어하는 과정과 독성 단백질의 억제 물질을 조합하면 자가포식 활성 기반의 치매 약물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킨슨병과 자가포식의 상관관계 연구 역시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되고 있다. KIST와 삼성서울병원, 그리고 강릉아산병원의 연구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의 뇌척수액에서 자가포식과 관련된 단백질의 농도가 정상인보다 현저하게 저하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췌장에서 작용하는 자가포식 현상 과정 ⓒ ejcancer.com

파킨슨병은 여러 퇴행성 뇌질환 중에 가장 흔한 질병이지만 아직까지 이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진행상황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파킨슨병에서 특정한 독성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뇌세포의 사멸을 일으키는 것으로 의료계는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자가포식 과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 독성 단백질 제거 과정이 원활하지 못해 파킨슨병의 발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자가포식 현상의 기전을 규명하는 것이 향후 불치병 및 난치병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의료계는 전망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자가포식 규명이 미래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이유는 자가포식 현상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너무 많은 음식을 섭취할 때와 너무 적은 음식을 섭취할 때, 두 경우 모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가포식은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한편 자가포식 과정에 대한 매커니즘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현재는 전임상 단계에 접어든 약물도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향후 10년 이내에 자가포식 현상을 이용한 새로운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의료계는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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